목성 위성 유로파의 ‘거미줄’ 지형, 생명체 존재 단서 품고 있다

목성의 얼음 위성 유로파에서 발견된 독특한 거미줄 모양의 지형이 과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이 지형이 과거 지하 염수가 얼음 지각을 뚫고 분출하며 형성된 흔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유로파 지하에 액체 상태의 물과 나아가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커지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미스터리였던 ‘담한 알라’의 정체

문제의 지형은 아일랜드어로 ‘거미’ 또는 ‘벽의 악마’를 뜻하는 ‘담한 알라(Damhán Alla)’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1990년대 후반 미국 항공우주국(NASA) 갈릴레오 탐사선이 유로파의 마난난(Manannán) 분화구 내부에서 이례적인 별 모양 지형을 포착하며 처음 확인됐지만, 그 형성 과정은 최근에서야 본격적으로 규명되기 시작했습니다. 스페이스닷컴과 퓨처리즘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달 초 국제학술지 ‘행성 과학 저널(The Planetary Science Journal)’에 게재된 논문은 이 지형이 과거 염분을 함유한 물이 갈라진 얼음 지각을 뚫고 솟아오르며 형성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가지처럼 갈라진 능선과 골짜기가 방사형으로 퍼진 형태는 마치 녹은 물이 눈과 얼음 위에 새긴 섬세한 나뭇가지 모양의 흔적과 흡사합니다.

염수 분출이 남긴 ‘생명’의 흔적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 연구진은 관측 자료와 실험실 실험, 컴퓨터 모델링을 종합해 담한 알라 지형이 유로파 얼음 지각 아래에서 발생한 ‘염수 분출’로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유로파 지하에 액체 상태의 물, 즉 염수 웅덩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설에 힘을 실어주는 결정적인 단서가 됩니다. 연구를 이끈 로렌 맥키온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매우 흥미로운 의미를 지닌다”며 “유로파의 표면 특징은 얼음 아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유사한 현상은 지구에서도 관찰됩니다. 얼어붙은 호수 위에 눈이 쌓인 상태에서 얼음에 구멍이 생기면, 아래의 물이 위로 솟아올라 주변의 눈을 녹이며 방사형으로 퍼져 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거미줄이나 별 모양의 무늬가 나타나는데, 연구진은 유로파의 담한 알라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형성되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유로파의 경우, 얼음 껍질이 충돌로 파괴된 뒤 염분이 많은 물이 분출됐다는 점이 차이점입니다. 유로파의 극저온 환경에서 이런 염수는 잠시 흐르며 별 모양의 돌기들을 새긴 후 그 자리에 얼어붙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이 가설이 맞다면, 담한 알라와 같은 지형은 유로파 지각 내부에 국지적으로 액체 상태의 물이 갇혀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될 것입니다.

유로파 클리퍼, 미지의 세계를 밝힐 열쇠

현재까지의 연구는 주로 갈릴레오 탐사선이 촬영한 이미지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2030년 4월 목성에 도착 예정인 NASA의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 탐사선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유로파 클리퍼가 고해상도 관측을 수행하면, 유로파의 내부 환경과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한 보다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맥키온 교수는 “향후 유로파 클리퍼 탐사선을 통해 이러한 지형을 더 많이 관측할 수 있다면, 표면 아래에 국지적인 염수 웅덩이가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지의 얼음 위성 유로파가 품고 있는 생명의 비밀이 머지않아 밝혀질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에네 기자 (ene@dailynod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