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후 30억 년 만에 ‘죽은 은하’ 발견…초대질량 블랙홀이 굶겨 죽였다

초기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죽은 은하’가 발견돼 천문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약 138억 년 전 빅뱅 이후 30억 년밖에 되지 않은 시기에 이미 별 생성을 멈춘 이 은하의 ‘사망 원인’은 내부의 초대질량 블랙홀로 지목돼, 은하 진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전망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 등으로 관측된 ‘GS-10578’, 일명 ‘파블로의 은하’는 성장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새로운 별 생성을 억제해 서서히 굶어 죽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JADES Collaboration’을 통해 공개된 연구 결과로, 천문학자들이 최초로 상세 관측한 파블로 연구원의 이름을 따 별명이 붙었다.

별의 연료 고갈, 은하의 숨통을 조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카블리 우주론연구소의 얀 숄츠 연구원팀은 지금까지 확인된 죽은 은하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GS-10578’의 연구 결과를 1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JWST와 칠레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의 데이터를 활용해 이 은하를 면밀히 관측했다.

태양 질량의 약 2000억 배에 달하는 GS-10578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별은 115억~125억 년 전에 형성되었으나, ALMA를 통한 7시간의 관측에서도 별 생성에 필수적인 차가운 수소 가스, 즉 일산화탄소의 흔적이 거의 감지되지 않았다. 이는 은하 내부의 별 형성을 위한 ‘연료’가 고갈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다.

초대질량 블랙홀, 은하의 생명을 앗아가다

GS-10578의 죽음을 초래한 주범으로는 그 중심에 자리한 초대질량 블랙홀이 지목됐다. JWST 관측 결과, 이 블랙홀은 초속 400km에 달하는 강력한 중성 가스 바람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 바람은 새로운 별 생성에 필요한 차가운 가스를 가열하거나 은하 외부로 밀어내며 사실상 ‘연료 보급로’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숄츠 연구원은 “은하의 별 형성을 멈추려면 단지 새로운 연료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하며, GS-10578의 연료가 불과 1600만 년에서 2억2000만 년 만에 고갈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활발하게 별을 만드는 일반적인 은하가 평균 10억 년 동안 별을 형성하는 기간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다.

‘파괴적 병합’ 아닌 ‘정상적 죽음’의 증거

일반적으로 은하가 죽음을 맞이하는 또 다른 방식은 다른 은하와의 ‘파괴적인 병합’을 통해 구조가 파괴되고 성장이 멈추는 것이다. 그러나 공동 제1저자인 프란체스코 데우제니오 카블리 우주론연구소 연구원은 “GS-10578이 평온하게 회전하는 원반 모양”이라고 설명하며, 이는 이 은하가 다른 은하와 충돌하여 파괴되는 과정을 겪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즉, GS-10578은 초대질량 블랙홀이 은하를 물리적으로 찢어 소멸시키는 대신, 별 형성 연료를 서서히 말려 죽이는 방식으로 은하의 생명을 거두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인 셈이다. 이는 블랙홀이 은하를 찢어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말려 죽일 수 있음을 확인한 최초의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는 초기 우주에서 은하가 어떻게 성장하고 진화하며, 궁극적으로 ‘죽음’에 이르는지에 대한 이해를 한층 심화시켰다. 특히 초대질량 블랙홀이 은하의 생명 주기에 미치는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장 오래된 죽은 은하를 통해 직접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파블로의 은하’는 우주 초기 은하 진화의 숨겨진 비밀을 풀어줄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에네 기자 (ene@dailynod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