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 시장에서 묘한 역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서울을 떠나는 인구, 특히 주택 문제로 발길을 돌리는 청년층의 순유출이 심화되고 있는 반면, 서울 주택을 매수하는 내국인 외지인과 외국인의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급증하며 ‘큰손’들의 리그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집값 앞에서 실수요 청년층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주택난’에 서울 등지는 청년층…가장 많이 떠나는 30대
최근 통계에 따르면 서울은 전입 인구보다 전출 인구가 더 많아 순유출이 계속되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그 규모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국내인구이동통계를 보면, 지난해 8월 -1815명이던 서울 순유출 규모는 9월 -3382명, 10월 -4705명, 11월 -5504명으로 3개월 연속 크게 늘며 ‘서울 이탈’ 현상이 뚜렷해졌습니다.
서울을 떠나는 이들의 대부분은 30대 등 청년층입니다. 지난해 서울에서 가장 많은 순유출을 기록한 연령대는 30대로, 총 -2만6224명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체 순유출 규모(-4만5692명)의 58%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국가데이터처는 이러한 순유출의 주요 원인으로 ‘주택’ 문제를 지목했습니다. 직업과 교육으로 인한 순유입은 많지만, 주택 및 가족 등 개인적인 사유로 인한 순유출이 더 많아 인구가 순감했다는 설명입니다.
강남·한강벨트, 외지인·외국인 매수세 집중…’큰손’ 유입 가속화
청년층의 이탈 속에서도 서울 주택 시장은 내국인 외지인과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집합건물(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등)을 매수한 외지인은 4만6007명으로, 전년(3만8621명) 대비 19.1% 증가했습니다. 이는 2021년(5만2461명) 이후 4년 만에 최대 규모입니다.
특히 송파구(3425명)를 필두로 강동구(3036명), 마포구(3001명), 영등포구(2896명), 강서구(2594명), 동대문구(2557명), 강남구(2530명) 등 강남권과 한강벨트 지역에 외지인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국인의 서울 집합건물 매수 건수 또한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 외국인의 서울 집합건물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건수는 1916건으로 전년(1727건) 대비 10.9% 급증하며 4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외국인 매수세 역시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에 총 350건, 한강벨트(광진, 동작, 마포, 성동, 용산구)에 총 399건이 몰려, 전체 외국인 서울 집합건물 거래의 39.1%를 차지했습니다.
멈출 줄 모르는 서울 집값 상승…실수요 청년,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
서울의 주택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멈출 줄 모르고 있습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지난 12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사상 처음으로 15억810만 원을 기록하며 15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지난 7월 14억 원을 넘은 이후 단 5개월 만에 1억 원이 추가 상승한 수치입니다. 특히 서울 아파트 평당(3.3㎡) 매매가는 5천만 원을 넘어섰으며, 강남과 서초 등 강남권에서는 이미 평당 1억 원을 돌파하는 등 ‘넘사벽’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서울 핵심 지역의 주택 매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분양 기회를 찾아 서울 대신 경기·인천 등 수도권 외곽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임미화 전주대 부동산국토정보학과 교수는 “강남권이나 마용성 지역은 청년층이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대”라며 “주거 마련 수요가 수도권 외곽으로 분산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서울 주택 시장은 고가 주택을 감당할 수 있는 이들의 전유물이 되어가고 있으며,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청년층의 주거 불안정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 주택 문제로 인해 고향을 등지는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에네 기자 (ene@dailynod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