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을 넘어선 지능, 로봇 몸으로 인간 삶 파고드는 AI

매년 1월, 세계 정보기술(IT)의 미래를 가늠하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됩니다. 그중에서도 올해 CES 2026은 인공지능(AI)이 더 이상 화면 속 서비스나 클라우드 속 소프트웨어에 머물지 않고, 로봇이라는 물리적 몸을 입고 현실 세계로 본격 진입했음을 선언하는 분수령이었습니다. AI 경쟁의 핵심이 ‘무엇을 잘하느냐’에서 ‘어디에서 무엇을 대신하느냐’로 변화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입니다. 이제 AI는 인간의 노동, 돌봄, 서비스의 주체로서 우리의 삶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의 혁신을 이끄는 ‘노동 대체재’ 로봇

CES 2026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는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등장이었습니다. 과거 연구소와 데모 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아틀라스는 이제 공장에서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진화했습니다. 현대차는 2028년까지 아틀라스를 연간 3만 대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그해부터 미국 조지아주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 투입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무거운 부품을 들어 옮기거나 위험하고 반복적인 공정을 대신 수행하는 아틀라스는 단순한 자동화 설비를 넘어, 인간의 물리적 노동을 직접 수행하는 ‘노동 대체재’로서 로봇의 위상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AI 모델 ‘제미나이 로보틱스’와 엔비디아의 AI 칩셋 ‘젯슨 토르’ 같은 기술 발전은 로봇이 물리적 환경을 이해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존재로 진화하는 과정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가정, 돌봄, 공공 영역까지, 일상으로 스며드는 AI 파트너

로봇의 활동 무대는 더 이상 공장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LG전자의 가정용 로봇 ‘클로이드’는 청소, 안내, 돌봄 보조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가정과 상업 공간 모두를 겨냥합니다. AI가 집 안의 맥락을 이해하고 사용자와 교류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며, 로봇을 가전의 연장선이 아닌 ‘생활 파트너’로 설정하는 전략을 보여줍니다. 특히 클로이드는 가장 보수적인 공간인 가정에 로봇을 투입하려는 움직임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요양 시설과 돌봄 영역에서는 미국 톰봇의 반려 로봇 강아지 ‘제니’가 치매 환자나 고령자에게 정서적 교감과 안정감을 제공하며 인간의 감정과 관계의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습니다. 이는 고령화 사회의 돌봄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외 공간에서도 로봇의 확장은 이어집니다. 중국 맘모션의 신형 로봇 ‘스피노 S1 Pro’는 수영장과 레저 시설에서 청소 및 관리 작업을 수행하며 서비스 품질과 운영 효율을 높이고,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H1’은 스포츠 경기장, 공연장, 전시장 등 다양한 공공 공간에서 안내, 순찰, 퍼포먼스 등 다목적 활용 가능성을 시사하며 로봇이 도시 공간 전체로 확산될 잠재력을 보여줍니다.

탈(脫)스크린 시대, 데이터가 로봇의 미래를 좌우한다

CES 2026이 보여준 핵심은 AI의 ‘탈(脫)스크린’ 현상입니다. AI는 이제 스마트폰과 개인용 컴퓨터(PC) 화면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로봇이라는 물리적 매개체를 통해 노동, 돌봄, 서비스의 주체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차세대 로봇 시장이 단순히 하드웨어 스펙을 경쟁하는 공간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로봇의 가치는 관절 수나 모터·배터리 성능보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물리적 환경을 정교하게 이해하는지에 달려있습니다. AI 모델, 센서 융합 기술, 그리고 로봇이 투입되는 공간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모델에 로봇의 미래가 있습니다. 공장, 가정, 요양시설, 레저 공간, 공공시설 등 다양한 공간에서 풍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기업만이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입니다.

AI가 로봇이라는 외투를 입고 인간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로봇은 이제 더 이상 미래의 상징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삶 속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우리가 일하고 쉬고 돌보는 수많은 공간은 물론,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로봇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인류의 삶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에네 기자 (ene@dailynod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