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인사 청탁, 주식 차명 거래, 공천 헌금 의혹 등 연이은 악재로 심각한 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당 차원의 미흡한 대응과 ‘휴먼 에러’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은 민심 이반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소통연구소 하헌기 소장은 이를 ‘시스템 에러’로 진단하며, 당이 ‘끓는 솥 안 개구리’처럼 자정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휴먼 에러’인가 ‘시스템 에러’인가…해이해진 도덕성 논란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김병기 의원에 대한 윤리심판원의 제명 결정으로 다시 한번 도덕성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의원은 지방선거 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해 재심을 청구했지만, 당내에서는 사법 절차와 별개로 당의 도덕적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한 정청래 대표의 태도였다. 정 대표는 김병기 의원과 강선우 의원의 의혹을 ‘휴먼 에러’로 규정했으나, 이에 대한 명확한 조사 과정이나 설명은 부재했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장은 이 문제를 단순한 ‘휴먼 에러’가 아닌 ‘시스템 에러’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 소장에 따르면, 인간사에 시스템은 이를 운영할 사람들에 의해 작동되며, 김병기 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고 강선우 의원 역시 공천관리위원이었다. 이들은 공천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휴먼’이었으며, 이 ‘휴먼’들에게 에러가 발생했다면 곧 공천 ‘시스템’에 에러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 소장은 이를 제조업의 ‘공정 라인’에 비유하며, “공천 헌금을 건넨 김경 서울시의원이 ‘불량’이라면, 당시 공천관리위원이었던 김병기·강선우 의원은 그 불량을 솎아내야 할 공정 라인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불량을 솎아내기는커녕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당이 ‘휴먼 에러’라는 결론을 내리려면 공정 라인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선행되었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무의미한 변명 대신 실질적 쇄신 위한 ‘행동’ 촉구
정치에서 ‘권한’만큼 중요한 것이 ‘말’, 즉 메시지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내놓는 메시지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과거의 문제에 대한 전수조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휴먼 에러’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견이다. 하 소장은 차라리 “민주당의 시스템 전반을 체크하고 개선하겠다”거나 “윤리심판원과 윤리감찰단을 보다 독립적이고 정교하며 전문적인 기구로 개선하겠다”는 약속이 국민에게 더 겸손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최근 민주당을 둘러싼 문제는 비단 공천 헌금 의혹에 그치지 않는다. 원내수석부대표의 대통령실 비서관에 대한 부적절한 인사 청탁 논란,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장의 주식 차명 거래 의혹으로 인한 탈당 등 연이은 악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민심 이반에 대한 우려나 ‘정치적 부담’이라는 개념 자체가 잊혀지고 있는 분위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쇄신 동력’ 상실 경고…’끓는 솥 안 개구리’ 되지 않으려면
하헌기 소장은 현재 민주당이 ‘정치적 부담’을 느끼지 못하면서 ‘쇄신 동력’이 증발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제1 야당(국민의힘)의 상황을 비판하며 ‘국민의힘이라는 회초리를 들겠는가’라는 인식이 당내 혁신 의지를 꺾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역사는 정치 세력이 오만함을 누적하다가 어떤 후과를 치렀는지 여러 차례 보여준 바 있다. 하 소장은 지금의 민주당 상황을 ‘끓는 솥 안 개구리’에 비유하며, 부지불식간에 무기력한 도덕적 해이에 빠져가는 것은 엄청난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은 민주당이 묵은 때를 벗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여야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는 당내에서 불거지는 문제를 직시하고 개선하더라도 ‘내부 총질’이라는 비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당원과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말뿐인 약속이 아니라, 유권자들을 진정으로 두려워하고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라는 점이 강조된다. 유권자는 권력의 오만함을 결코 용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네 기자 (ene@dailynod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