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위기 대비” 이억원 금융위원장, 시장안정 프로그램 연장…내년 최대 37.6조 유동성 공급

금융당국이 주요국 통화정책의 엇갈림과 국내외 잠재된 위험 요인에 대비하기 위해 내년에도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연장하고 최대 37조 6천억 원 규모의 신규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5일 금융감독원과 금융연구원 등 전문가들과 함께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위기는 반복되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발생한다”고 강조,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 요인까지 예측하고 사전에 대비하는 철저한 자세를 주문했다. 이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자, 향후 ‘3대 금융 대전환’을 위한 안정적인 토대 마련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불안 요인 면밀 점검… 내외 정세 복합적

이억원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하반기 우리 경제와 증시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지만, 최근 국고채 금리 상승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일본, 호주, 캐나다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 종료 또는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통화정책 방향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 큰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러한 주요국 통화정책의 차별화는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동성을 확대하고 위험자산 가격에 대한 조정 압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내적으로도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감 축소와 내년 국채 및 공사채 발행 확대 전망 등 리스크 요인이 채권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아울러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제2금융권 건전성 등 우리 경제의 잠재적 위험 요인들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이 위원장은 강조했다.

선제적 유동성 공급…시장안정 프로그램 확대

금융당국은 이 같은 복합적인 위험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재 운영 중인 ‘시장안정 프로그램'(100조+α)을 내년에도 연장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내년에는 금융위원회와 한국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채권 및 단기자금 시장 안정을 위해 최대 37조 6천억 원의 유동성을 신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채권시장안정펀드 최대 20조 원, 정책금융기관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최대 10조 원 등이 포함된다.

올해 시장안정 프로그램은 비우량 회사채와 CP를 중심으로 약 11조 8천억 원을 신규 매입하며 시장 안정화에 기여한 바 있다. 또한, 최대 60조 9천억 원 규모로 정부와 관계기관, 금융업권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부동산 PF 연착륙 지원 프로그램 역시 차질 없이 지속 운영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채권시장과 단기자금시장은 작은 변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변동성이 빠르게 전이되는 특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다양한 리스크 요인을 철저히 점검할 것을 주문했다. 내년 중 회사채, 은행채, 여전채 등 만기 구조를 점검하고, 금융권이 보유한 채권 규모와 금리 상승에 따른 건전성 현황 등을 면밀히 살펴볼 것을 지시했다.

‘3대 금융 대전환’ 기반 위한 시장 안정 강조

이억원 위원장은 내년 금융정책의 핵심으로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 ‘신뢰받는 금융’이라는 ‘3대 금융 대전환’을 제시하며 정책 추진을 가속화할 뜻을 밝혔다. 이 거대한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시장 안정이 굳건히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내년 우리 경제가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1% 후반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금융시장 역시 국내 기업의 실적 호조와 금융사의 양호한 건전성 등을 고려할 때 과거보다 금융 불안 발생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국 통화정책 차별화와 재정 건전성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 재확대 가능성 등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에 대한 충분하고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위기는 반복되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발생한다”는 경고와 함께 “확고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예상하기 힘든 리스크 요인도 예측하고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며, 선제적 위기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도 국내외 경제·금융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시장 안정 조치를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시행하여 금융 시스템의 흔들림 없는 안정을 유지해 나갈 방침이다. 이는 복합적인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에네 기자 (ene@dailynod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