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브레이크 걸린 한국 경제’ 진단…AI 중심 성장 패러다임 촉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구조적으로 둔화된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진단하며, 규제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을 성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축으로 한 국가적 신성장 전략 가동을 강조하며, 브레이크가 걸린 듯 멈춰선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브레이크 걸린 경제, 구조적 둔화의 경고

지난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한 최 회장은 “성장이 멈춘 경제는 브레이크가 걸린 자전거와 같다. 다시 출발하려면 훨씬 더 큰 힘이 든다”며 한국 경제가 이미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의 성장률이 5년마다 약 1.2%포인트씩 하락해왔음을 지적하며, 현재 잠재성장률 1.9%에 실질성장률이 1% 안팎에 머무는 현실을 짚었다.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실질성장률은 정책과 행동이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경제 둔화가 단순한 수치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경제 성장은 청년 세대에게 ‘이 나라에서 계속 살아도 되는가’라는 질문과 직결된다”며, 성장이 멈춘 사회는 희망이 적고 분배 자원 감소 및 사회 갈등 심화로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 환경과 관련해서는 ‘계단식 규제’를 문제 삼았다.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와 의무가 급증하는 현상이 기업의 성장 의지를 약화시키며, 성장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규제와 리스크가 더 크면 기업이 현상 유지에 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형사처벌과 같은 계산할 수 없는 리스크는 과감한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AI와 글로벌 협력으로 성장 동력 재점화

최 회장은 정체된 한국 경제의 돌파구로 인공지능(AI)을 강력히 제시했다. 그는 AI를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라 석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는 수준의 변화”로 평가하며, 국가적 차원의 AI 신성장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수준의 AI 인프라 구축, AI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그리고 기술 상용화를 위한 상품 테스트 지원 체계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 안에서만 쓰는 인프라는 한계가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인프라를 목표로 해야 함을 역설했다.

대안 사례로는 대만의 성공을 언급했다. 대만이 기업 규모 규제 대신 특정 산업 육성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국부펀드를 활용한 전략적 투자로 TSMC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냈듯, 한국 또한 경쟁을 통해 많은 대기업이 유입되고 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일본과의 협력도 해법 중 하나로 제시하며, 한일 양국이 유럽연합(EU)의 솅겐 조약과 유사한 단일 비자 체계를 도입할 경우 약 3조 원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양국을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바라볼 때 다양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태원 회장은 이처럼 한국 경제의 심각한 현실을 진단하면서도, 한국이 여전히 새로운 성장과 미래를 만들어갈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도록 정책이 든든히 뒷받침된다면, 한국 경제의 앞날은 결코 어둡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에네 기자 (ene@dailynod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