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최은정 센터장이 2025년 11월 출간된 저서 <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에서 ‘우주는 인류 모두의 공동 재산’이라는 통념에 도전하며 우주 공간의 불평등과 난개발 문제를 지적했다. 최 센터장은 우주가 이미 ‘선점의 각축장’이 되었으며, 새로운 국제적 질서와 법적 체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우주 ‘선점의 각축장’으로…궤도 포화·쓰레기 몸살
최은정 센터장은 우주가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깃발을 먼저 꽂는 자가 주인 행세를 하는 ‘선점의 각축장’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는 제국주의 시절 열강들의 식민지 개척과 섬뜩할 정도로 유사한 풍경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우주의 불평등은 인공위성의 생명선이자 유일한 길인 ‘궤도’에서 시작된다. 지구 저궤도부터 중궤도, 정지궤도까지의 한정된 하늘길을 차지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한정된 궤도에 국가 차원의 경쟁을 넘어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 기업들까지 수천 기의 위성을 쏘아 올리며 극심한 ‘교통 체증’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궤도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우주에서는 충돌 위험이 일상화되었으며, 수명을 다한 채 방치된 ‘유령 위성’과 그 파편인 ‘우주 쓰레기’는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떠돌며 활동 중인 위성들을 위협한다. 저자는 우주가 난개발과 폐기물로 신음하는 위험한 쓰레기장이 되어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지속 가능한 우주’ 위한 새로운 질서 제안
최 센터장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궤도 역학적 지속 가능성’이라는 과학적 기준이 우주 개발에 내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히 우주를 쓰레기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넘어, 우주의 움직임 자체를 처음부터 ‘지속 가능하도록’ 설계하자는 제안이다. 최소 에너지 경로 최적화, 임무 후 자연 소멸 위성 설계, 궤도 배치 분산, 다중 사용자 동시 이용 환경 전제 시스템 구축 등이 그 방안으로 제시된다.
또한 저자는 달을 인류 우주 진출의 전초기지로 보며, 달 궤도 역시 관리되고 배분되어야 할 ‘공간이자 자원’이라고 강조한다. 달 궤도는 선착순 놀이터가 아닌, 임무의 중요도와 공공성, 궤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할당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율 기동 및 충돌 회피 기술, 안정적인 달 주변 통신 인프라 구축과 같은 기술적 측면과 함께, 국제법, 거버넌스 모델, 규범 등 정책적 측면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뉴 스페이스’ 시대, 우주 자본주의와 주권 문제
20세기 후반 군사 중심의 국가 주도 ‘올드 스페이스’ 시대가 저물고,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등 민간 기업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로 전환되었다. 스페이스X의 저비용·고빈도 발사체 운용은 ‘우주 자본주의’와 ‘우주 경제 생태계’의 등장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공공 자산인 우주 공간이 일부 기업과 국가에 의해 상업적으로 독점될 위험을 내포하며, 국가 간 우주 개발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
최 센터장은 ‘우주 주권’이 새로운 국제적 이슈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후진국들은 우주에 발을 들이기조차 어려운 현실을 비판한다. 이에 저자는 우주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개방된 인류의 공공 영역으로 재정의하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틀과 ‘인류 모두의 우주’를 위한 우주법 체계 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최은정 센터장의 <모두를 위한 우주는 없다>는 ‘우주는 모두의 것’이라는 안일한 믿음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우리 사회가 선택해야 할 미래 우주 질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촉구하는 중요한 저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언어로 우주 정책, 기술, 법, 거버넌스 등을 다루며, 다가올 우주 시대에 대한 광범위한 성찰을 요구한다.
에네 기자 (ene@dailynod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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