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휩쓴 비만 치료제 열풍이 글로벌 제약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 치료제 매출이 압도적인 1위를 지켜왔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되면서, 제약업계의 지각 변동이 본격화될 조짐입니다.
‘블록버스터’ 키트루다 아성 무너뜨린 비만약 돌풍
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은 블룸버그 컨센서스 등을 인용한 보고서를 통해 비만 치료제의 약진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일라이 릴리의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 등) 성분 비만치료제는 358억 달러(약 52조997억원),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등) 성분 비만치료제는 356억 달러(약 51조7837억원)의 글로벌 매출을 기록하며 눈부신 성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매출액은 같은 기간 미국 머크(MSD)가 개발한 면역항암제로 2023년부터 세계 매출 1위를 지켜온 키트루다의 매출 315억 달러(약 45조8199억원)를 각각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들 비만약 성분 매출이 키트루다 매출을 약 13~14% 상회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비만·대사 질환 치료 패러다임이 항암제 중심 블록버스터 지형을 구조적으로 재편하는 신호”라고 평가하며 글로벌 제약 시장의 핵심 축이 변화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경구용 치료제 시대 개막…시장 판도 재편 가속화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성장은 경구용 제품 출시와 병용·차세대 기전 치료제로 인해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이미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용 위고비 알약은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승인을 받은 지 2주 만인 지난 5일(현지시각) 현지 출시되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습니다. ‘먹는 마운자로’로 불리는 일라이 릴리의 오포글리프론 또한 오는 3월 FDA 승인이 예상돼 경구용 비만 치료제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고 있습니다.
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주사제 위주의 시장에 경구제가 본격적으로 유입되며 새로운 상업화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2030년경에는 경구용 제품이 전체 비만 치료제 시장의 약 30% 내외를 차지하며 시장 구조를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예측됩니다.
차세대 기전 신약 경쟁, 연구개발 지형도 변화 예고
경구용 치료제의 등장과 더불어 차세대 기전의 신약 개발 경쟁 또한 뜨겁습니다. 권 연구원은 차세대 기전 신약이 상업화되면서 기존 GLP-1RA 기전 주사제 파이프라인의 상업화 매력도가 연구개발(R&D) 단계에서부터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제약사들이 장기적으로 더 혁신적이고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에 집중할 것임을 시사하며, 비만 치료제 분야의 연구개발 지형에도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비만 치료제의 매출 역전은 단순한 순위 변동을 넘어, 제약 산업의 연구개발 방향과 상업화 전략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비만 및 대사 질환 치료제 시장이 새로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에네 기자 (ene@dailynod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