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권력 다툼 심화: 로드리게스-마차도, 트럼프의 ‘선택’에 촉각

미국의 군사 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축출된 베네수엘라에서 권력 공백을 차지하려는 두 지도자의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 마두로 정권의 부통령 출신 델시 로드리게스가 임시 대통령 자리를 꿰차고 미국의 묵인 아래 권력을 다지고 있는 가운데, 야권 지도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파격적인 행보까지 불사하고 있다. 이들의 경쟁은 베네수엘라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변수인 트럼프 대통령의 ‘점지’를 얻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다.

델시 로드리게스, 트럼프의 ‘묵인’ 속 권력 강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 3일 미군의 기습 군사작전으로 축출된 직후, 베네수엘라 정국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이 혼란 속에서 실권을 잡은 인물은 마두로 정권의 부통령을 지낸 델시 로드리게스다. 그는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초기에는 미국에 맞서 싸우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으나, 이내 태세를 바꿔 트럼프 행정부에 협력하는 노선을 택했다.

이러한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공격을 감행한 지 11일 만인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과 첫 통화를 갖고 석유 분야를 비롯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로드리게스와 과도 정부의 국정 운영에 만족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당분간 현재의 구도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은 새로운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노벨 평화상 메달 건넨 마리아 마차도, 트럼프의 ‘외면’

반면, 베네수엘라 야권의 대표적인 인물이자 지난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과감한 시도를 벌였다. 현지 시간으로 어제(15일), 마차도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오랫동안 노벨상 수상에 대한 열망을 보여온 그에게 자신의 노벨 평화상 메달을 직접 전달했다. 표면적으로는 마두로 대통령 축출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지만, 실제로는 베네수엘라 차기 대통령직을 꿈꾸는 마차도가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특히 이 메달 전달은 노벨위원회가 상의 ‘공유나 양도는 불가능하다’고 공식 불허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되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마차도는 회담 후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가 매우 잘되었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는 마두로 정권 붕괴 후 마차도에 대해 “현재로선 그녀가 지도자가 되기는 매우 어렵다. 국내에서 지지나 존경이 없다”며 일축한 바 있다.

마차도는 2010년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정부 부패와 권력 집중을 강하게 비판하며 야권의 상징으로 떠올랐으나, 2014년 국회에서 제명된 후에도 지속적인 탄압을 받아왔다. 그는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후 자신이 베네수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그를 외면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혼돈 속 베네수엘라, 미국의 향방은?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 정권을 축출하며 석유 장악과 마약 차단을 주요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정권 붕괴 이후에도 베네수엘라 정국은 여전히 혼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네수엘라의 권력은 당분간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과 결정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델시 로드리게스와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이 두 지도자의 실권 다툼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의 서막에 불과하다. 현재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과의 협력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베네수엘라의 확실한 안정권 접어들 때까지 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베네수엘라의 미래는 이제 워싱턴의 백악관에서 내려질 결정에 달려 있다.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의 실권 강화와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 끈질긴 구애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선택이 언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혼란의 시기에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안정과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에네 기자 (ene@dailynod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