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차 시장에 가격 경쟁의 파고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고가’라는 인식이 강했던 전기차가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3천만 원대까지 낮아지면서, 소비자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입니다. 테슬라가 촉발한 가격 인하 경쟁에 기아가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여기에 중국 전기차 업체들까지 국내 시장 진출을 예고하면서 전기차 대중화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촉발하고 기아가 응답한 ‘가성비’ 전략
전기차 가격 경쟁의 신호탄은 지난해 테슬라가 쏘아 올렸습니다. 일부 차종을 최대 940만 원 할인하는 파격적인 정책으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테슬라는 최근 중국에서 생산된 ‘모델3 스탠다드’의 가격을 4,199만 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이는 정부 보조금을 적용하면 3천만 원대 초반에 구매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가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시도로 분석됩니다.
이에 기아도 발 빠르게 응답했습니다. 지난해 가을 가족 고객을 겨냥해 출시했던 ‘스포티지 전기차’ EV5에 이어, 넉 달 만에 배터리 용량을 줄인 저가형 모델 EV5 ‘스탠다드’를 새로 선보였습니다. EV5 ‘스탠다드’의 출고가는 4,310만 원으로, 보조금 적용 시 3,400만 원대까지 낮아집니다. 또한, 기존 EV5와 EV6 모델도 300만 원가량 가격을 인하했으며, 0%대 초저금리 할부 프로모션과 강화된 A/S 정책까지 내놓으며 소비자의 부담을 덜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캐즘’ 극복 위한 세계적인 움직임, 중국 업체 가세로 경쟁 심화
이러한 가격 인하 경쟁은 단순히 기업들의 판매 전략을 넘어, 전기차 시장 전체의 ‘캐즘'(성장 둔화기)을 극복하려는 세계적인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합니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캐즘’ 이야기가 나왔다”며, “세계 전체적으로 전기차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고가의 벽에 가로막혀 있던 전기차 시장이 가격을 낮춰 대중화의 문턱을 넘으려는 시도인 셈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중국 전기차 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입니다. 비야디(BYD)는 올해 3천만 원대 초반에 구매 가능한 소형 SUV 출시를 예고했으며, 또 다른 신생 브랜드 지커(Zeekr) 등도 국내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어 소비자들은 더욱 다양한 선택지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치열해지는 국내 시장 주도권 경쟁
가격 경쟁은 국내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에도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약 22만 대로, 전년 대비 50.1%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이 중 기아는 국내 전기차 전체 판매량 1위를 유지하며 자존심을 지켰지만, 테슬라는 1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한 5만 9천여 대를 팔아치우며 1위 자리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습니다.
3천만 원대라는 ‘가성비’를 앞세운 가격 경쟁은 초기 시장을 넘어 일반 소비자층까지 전기차의 매력을 확산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치열한 가격 전쟁 속에서 어떤 브랜드가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대중화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에네 기자 (ene@dailynod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