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이 10·15 대책 시행 이후 극심한 양극화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벨트 지역의 거래량은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비한강벨트 지역은 꾸준한 실수요 유입으로 거래 감소 폭이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 속 정치권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해제론이 불거지고 있으나, 국토교통부는 집값 급등을 우려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정책 방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10.15 대책 후 서울 부동산 양극화 심화…비한강벨트 실수요 ‘강세’
지난 10월 15일 대책 시행 이후 서울 강남 3구와 한강벨트(용산·마포·성동·광진·동작구) 아파트 거래량은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서울 각 자치구 새올전자민원창구 접수 민원을 분석한 결과, 11월 강남 3구 및 한강벨트 지역의 토지거래계약 허가 신청 건수는 1215건으로, 이전 10개월 월평균 거래량(2515건) 대비 51.7%나 줄었다.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 강화가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강북·강서·관악·구로·금천·노원·도봉·동대문·서대문·성북·은평·중랑구 등 서울 외곽 및 한강벨트 후방에 위치한 12개 비한강벨트 지역에서는 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졌다. 이들 지역의 11월 토지거래계약 허가 신청 건수는 총 2738건으로, 1~10월 월평균 거래량(3036건) 대비 9.81% 감소하는 데 그쳤다. 연말 계절적 비성수기임을 감안하면 규제 이후에도 거래 위축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비한강벨트 지역들은 15억 원 이하 아파트가 많아 대출 규제 영향이 덜하고, 2021년 전고점 가격을 회복하지 못해 실수요자들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다”며 꾸준한 수요 유입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치권 ‘토허구역 해제’ 군불…국토부 ‘시기상조’ 부담
이러한 시장 상황은 정치권의 토허구역 해제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토허구역은 길게 끌고 갈 수 없는 임시 조치이며, 시장이 차분해지면 해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 또한 지난달 시의회 시정질문에서 “토허구역 해제를 고려해볼 만한 시점”이라며 정치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한강벨트에 한해 토허구역이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 내 확산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토허구역 해제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토부는 “서울시와 토허구역 해제를 논의한 바 없다”고 밝히며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 내부에서는 토허구역 해제 시 집값이 급등할 수 있다는 부담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2월 ‘잠삼대청(잠실동, 삼성·대치·청담동)’ 해제 후 집값이 다시 상승하자, 서울시는 3월 강남 3구와 용산구를 토허구역으로 확대 재지정한 바 있다.
전문가 경고: ‘섣부른 해제 시 집값 급등 불가피’…단계적 조정 가능성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현재 시장 상황에서 섣부른 토허구역 해제는 집값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시장이 충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토허구역을 해제하면 동대문·서대문처럼 도심 접근성이 좋은 지역은 준신축 및 재건축 추진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비한강벨트 지역에 집중된 실수요가 해제와 동시에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토허구역 조정에 나선다면 규제 지역은 유지하되 지역별로 해제 시기를 달리하는 단계적 접근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토부가 토허구역 조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서울 외곽부터 순차적으로 규제를 해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시장 안정과 정책 효과를 동시에 고려한 절충안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에네 기자 (ene@dailynod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