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 탈환을 위한 ‘투트랙’ 전략을 본격 가동한다. 유럽 시장에서는 실용성과 대중성을 앞세운 신형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며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국내 시장에서는 테슬라의 공세에 맞서 고성능 및 럭셔리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해 차별화를 꾀한다. 각 시장의 특성과 수요에 맞춘 정교한 전략으로 전기차 전동화 시대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는 포석이다.
유럽 시장, 대중 지향적 모델로 승부수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엑스포에서 열린 ‘2026 브뤼셀 모터쇼’를 통해 ‘더 뉴 스타리아 EV’와 ‘더 기아 EV2’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유럽 시장 공략의 포문을 열었다. 두 신차는 올해 상반기 내 유럽과 국내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더 뉴 스타리아 EV는 현대차의 다목적 차량(MPV) 스타리아의 전기차 버전으로, 동급 최대 수준의 2·3열 공간과 84.0㎾h 용량의 4세대 배터리를 탑재해 MPV 시장의 전동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기아의 EV2는 전용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작은 모델로, 유럽의 좁은 도로 환경에 최적화된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롱레인지 모델 기준 61.0㎾h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 시 최대 448㎞(WLTP 기준)를 주행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유럽에 신차를 잇따라 내놓는 것은 현지 전기차 시장의 높은 성장세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11월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8% 증가한 374만5000대를 기록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22.9%)을 웃돌았다. 기아 EV3는 지난해 상반기 유럽에서 3만5023대가 판매되며 현지 전기차 판매 6위에 올랐고,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수출명 인스터)도 1만4281대가 판매되는 등 소형 전기차 모델이 시장의 흐름에 성공적으로 올라탔다는 평가다.
국내 시장, 고성능·럭셔리로 테슬라 독주 견제
반면 테슬라의 강세가 뚜렷한 국내 시장에서는 ‘고성능’과 ‘럭셔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해 국내 승용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한 테슬라 모델Y가 최근 후륜구동(RWD) 모델 가격을 4999만원으로 인하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자, 현대차그룹은 차별화된 성능과 상품성으로 맞대응하는 분위기다.
기아는 상반기 중 EV3 GT, EV4 4도어 GT, EV5 GT의 상세 상품성을 공개하고 국내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기후부 인증 결과에 따르면 EV3 GT는 상온 복합 기준 주행거리 414㎞, EV4 GT는 431㎞, EV5 GT는 376km를 확보했다. 일반 4륜구동 모델인 EV3 향속형 4WD는 457km, EV4 향속형 4WD(19인치)는 484km에 달하는 준수한 주행 거리를 자랑한다.
이와 함께 목적기반차량(PBV) PV5의 라인업도 확대한다. 차박·레저·휴식에 최적화된 5인승 ‘라이트캠퍼’와 편의성과 고급감을 강화한 4인승 ‘프라임’ 모델이 국내 인증을 마쳤으며, 두 모델 모두 상온 복합 기준 345㎞의 주행거리를 갖췄다.
제네시스 브랜드 역시 고성능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 제네시스 최초의 고성능 모델인 ‘GV60 마그마’의 국내 출시가 임박했으며, 최대 토크 790Nm, 제로백(0-100㎞/h)은 언급되지 않았으나 제로이백(0-200㎞/h) 10.9초, 최고 속도 264㎞/h의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84㎾h 배터리를 탑재해 346km의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은 유럽에서는 대중성을, 국내에서는 고성능과 럭셔리를 앞세운 ‘투트랙’ 전략으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각 시장의 특성과 소비자 니즈를 면밀히 분석한 맞춤형 전략은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에네 기자 (ene@dailynod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