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문을 연 우주항공청(KASA)이 개청 2년 차를 맞아 ‘민간 주도 우주 경제’와 ‘글로벌 협력’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궤도에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성공적인 4차 발사를 바탕으로 기술 이전 및 국제 협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며 한국 우주 산업의 위상을 높였지만, ‘존 리’ 우주항공임무본부장 조기 사퇴로 대표되는 인력 확보 문제와 예산 및 업무 중복 등 풀어나가야 할 과제 역시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 주도 우주 경제 전환과 글로벌 협력 강화
우주항공청은 올해 민간 주도 우주 수송 체계로의 전환에 가장 역점을 뒀다. 이는 국가 주도였던 우주산업 시장을 민간으로 이양해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고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구체적으로 지난 7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보유한 누리호 설계, 제작, 발사 운용 기술 전반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HAS)로 이전하며 민간 기업의 우주 역량 강화에 마중물 역할을 했다. 우주청은 이를 통해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과 더불어 장기적으로 우리 우주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발사체 부품 국산화에도 힘을 쏟았다. 과거에는 시스템 전체 완성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메모리, 마그네틱 센서, 히터, 서미스터, 다이오드, 커넥터 등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6종의 소자급 부품을 2029년까지 국산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글로벌 협력 관계 공고화 역시 올해의 주요 성과 중 하나다. 지난 10월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아르테미스 연구협약을 체결하며 달 탐사 관련 공동 연구를 수행하게 됐다. 이는 유럽우주국(ES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이탈리아우주청(ASI)에 이어 한국이 다섯 번째로 NASA와 기관 대 기관의 본격적인 연구 협약을 맺은 것으로, 한국 우주 역량의 국제적 인정이라는 의미가 크다. 또한 아랍에미리트(UAE)와 달·화성 탐사 경험과 기술 공유, 위성 공동 개발 등 포괄적인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프랑스(CNES), 인도(ISRO) 등 주요 우주 강국들과도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부산에서 UN 위성항법위원회(ICG) 회의를 개최하는 등 국제적 위상을 높인 한 해였다.
존 리 사태로 드러난 인재 확보의 한계
우주항공청은 많은 성과와 함께 치명적인 한계도 노출했다. 바로 핵심 인재 선발 문제다. 개청을 앞두고 대통령 연봉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던 존 리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이 3년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조기 퇴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본부장급 인사는 물론,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할 선임연구원(5급)이나 연구원(6·7급) 채용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경남 사천이라는 지리적 한계에서 비롯된 현실적 제약이 크다. 자녀 교육과 여가 생활 등 정주 여건 측면에서 우주청이 매력적이지 못하다 보니, 오히려 항우연 등 기존 연구기관에서 인력을 흡수하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인력난은 우주청이 진정한 궤도에 오르는 데 가장 시급하고 현실적인 과제로 꼽힌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추가 과제들
전문가들은 우주청이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항공 산업 예산 확대와 민간 스타트업 생태계 보호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중소 부품 업체들이 겪는 경영난을 해소할 지원책 마련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우주항공청 관계자는 “올해는 조직의 기틀을 다지고 핵심 기술을 증명하는 데 주력했다”며, “내년에는 항공 산업의 균형 발전과 정주 여건 개선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우주 경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우주항공청이 과제들을 해결하고 한국 우주 산업의 미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에네 기자 (ene@dailynod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