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조원 클럽’ 진입하며 메모리 왕국 위상 재확립…24만 전자 기대감 증폭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메모리 왕국’의 위상을 되찾았다. 반도체 사업의 압도적인 실적 개선에 힘입어 매출 또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전방위적인 ‘왕의 귀환’을 알렸다. 올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출하량 급증과 D램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일부 증권사에서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24만원까지 상향 조정하는 등 ’24만 전자’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상 첫 분기 영업이익 20조원 돌파, 매출 신기록도 달성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0조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8.17% 급증한 수치이며, 전 분기(12조1700억원)와 비교해도 64.3% 늘어난 기록이다. 특히 국내 기업이 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을 달성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2018년 3분기에 기록했던 역대 최대 영업이익(17조5700억원) 기록을 7년 만에 다시 썼다.

4분기 매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22.7% 증가한 93조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분기 매출이 90조원대를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에 힘입어 연간 총 매출은 332조7700억원으로 2022년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연간 누적 영업이익은 43조5300억원으로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수치로 집계됐다. 이번 4분기 실적은 매출 90조6016억원, 영업이익 17조8208억원이던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훌쩍 뛰어넘는 성과다.

반도체 DS부문이 견인한 실적…HBM·D램 가격 급등이 주효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 개선의 일등공신으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Device Solutions)부문을 꼽고 있다. 공식적인 사업부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증권가에서는 DS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약 16조~17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2023년 4분기 DS부문의 영업이익이 3조원에 미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6배 가까이 급증한 규모다.

DS부문의 영업이익이 급증한 배경에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경쟁이 불붙으면서 범용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크게 뛴 것이 주효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15% 오른 9.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1.35달러)과 비교하면 약 7배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으로 생산 구조가 재편되며 수급 불균형이 발생한 점 또한 가격 급등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시장은 D램 가격 상승이 HBM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HBM은 D램을 쌓아 올려 만들기 때문에 D램 사용도가 커질수록 수익성은 더욱 높아진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엔비디아 등 다수의 고객사에 HBM3E 제품 공급이 이어지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실적 개선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평가다.

목표주가 급상승, ’24만 전자’ 기대감 증폭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긍정적인 전망은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D램 가격의 큰 폭 상승과 HBM 출하량 급증에 따라 123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상반기 엔비디아, 구글의 HBM4(6세대) 공급망 진입 가능성과 ASIC(맞춤형 반도체) 업체들의 HBM3E 주문량 급증 등으로 HBM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26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강다현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16%에서 올해 35%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 조정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종전 15만~16만원이었던 목표주가를 18만원 안팎으로 일제히 올렸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17만5000원에서 24만원으로 대폭 상향 제시하며, 핵심 추천 리스트인 ‘마키 매수(Marquee Buy)’ 종목에 신규 편입했다. 다니엘 김 맥쿼리 연구원은 “메모리 부족이 심화되면서 모든 제품 카테고리에서 가격 하락 전환 신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2027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적 발표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14만45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으나,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소폭 상승에 그쳤다.

이처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전례 없는 실적을 기록하며 강력한 회복세를 입증했다. 인공지능 시대를 주도할 HBM과 D램 시장에서 ‘메모리 최강자’의 면모를 다시 한번 과시하며, 올해에도 역대급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과연 ’24만 전자’ 시대를 열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술 리더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에네 기자 (ene@dailynod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