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시대, 인류가 나아가야 할 지속 가능한 미래의 방향성이 명확해지고 있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가 발행하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2025년 ‘올해의 획기적인 성과(Breakthrough of the Year)’로 재생에너지를 선정했다고 발표하며,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이한 인류의 에너지 패러다임에 주목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화석연료 에너지 발전량을 넘어섰다는 분석은 이번 선정의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역사적인 에너지 전환점: 재생에너지, 석탄 발전량 첫 추월
사이언스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재생에너지 선정 소식을 전하며,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석탄, 석유, 가스와 같은 화석 연료에 의존해 왔으며 유한 자원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은 기후 온난화를 가속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5년은 이런 패러다임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난 해”라고 평가하며, 에너지 전환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영국의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지난 10월 발표한 ‘2025년 글로벌 전력 중간 분석’ 보고서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6월)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5072테라와트시(TWh)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석탄 발전량 4896TWh를 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는 인류가 석탄 중심의 전력 구조를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 시대로 진입하는 첫 전환점을 맞이했음을 의미한다.
엠버는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전력 수요가 지난해 동기 대비 2.6%(369TWh)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발전량이 306TWh, 풍력 발전량이 97TWh 늘어나며 증가분을 충분히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태양광 발전량은 31%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고, 풍력 발전량 또한 7.7% 성장하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견인했다.
중국과 인도의 주도적 역할, 글로벌 확산 가속화
재생에너지 확대의 선두에는 세계 최대 전력 소비국인 중국과 인도가 있었다. 중국은 지난해 동기 대비 화석연료 발전량을 2% 줄이는 동시에 태양광 발전량을 43%, 풍력 발전량을 16% 확대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전 세계 태양광 발전량 증가분의 55%가 중국의 몫이었다. 중국은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리튬 배터리 저장 장치 등 재생에너지 관련 장치 생산을 주도하며, 보급형 소규모 옥상 태양광 시스템이 유럽, 남아시아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이언스는 “중국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를 늦추는 데 효과를 보여 기후 온난화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효율적인 태양 전지와 배터리 화학 기술 등에서 중국이 기술을 더 혁신한다면 재생에너지의 보급 범위와 효율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인도는 풍력 발전량을 29%, 태양광 발전량을 31% 늘리며 석탄 및 가스 사용량을 3.1% 감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과제: 인프라 및 정책 장벽
재생에너지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전히 석탄을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국가들이 존재하며,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전송하고 저장할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도 적지 않다. 특히 미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에 반대하거나 속도를 늦추려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어 우려를 낳는다.
실제로 엠버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는 오히려 화석연료 발전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초 석탄 생산 확대를 목표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석탄 화력 발전소 지원을 재차 약속하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사이언스는 1996년부터 매년 연말 과학적 의미가 크고 학문 전반에 영향을 미치거나 기존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꾼 성과를 ‘올해의 획기적인 성과’로 선정해왔다. 2022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첫 과학 성과, 지난해 비만에 맞서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에 이어, 2025년 재생에너지가 이 영예를 안은 것은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대목이다. 비록 아직 많은 난관이 남아있지만, 인류는 화석연료 시대를 넘어 지속 가능한 에너지 미래로의 첫걸음을 떼었음을 전 세계에 선포했다.
에네 기자 (ene@dailynod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