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전반적인 자산 가격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승자와 패자는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인공지능(AI) 열풍과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관련 기업들의 주가를 끌어올렸고,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안전자산인 귀금속의 가치를 급등시켰습니다. 반면 한때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은 하반기 들어 약세로 전환되며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AI·반도체, 글로벌 증시 상승 견인
올해 가장 빛난 자산은 단연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관련 주식들이었습니다.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코스피는 연초 대비 75.53% 오르며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3.38%)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6.82%) 상승률을 크게 웃돌아 주요국 증시 중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AI 열풍에 따른 글로벌 빅테크의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메모리 수요 증가가 한국 반도체 업계에 큰 호재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국내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27.51%와 281.82%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으며, 코스닥 상장사 원익홀딩스는 1707.05%라는 경이로운 상승률로 반도체 장비주의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미국 증시에서도 AI 관련주의 활약은 눈부셨습니다. 시가총액 1위 엔비디아가 37.90%, 3위 알파벳(구글)이 64.27%의 수익률을 내며 증시 호황을 견인했습니다. S&P500 내 최고 상승률 종목은 데이터 스토리지 기업 웨스턴디지털로, 289.24%의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다만, 올해 증시 전반의 성적표는 미국 밖 시장이 더 우수했습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는 연초 대비 약 30% 오르며 뉴욕증시 3대 지수를 뛰어넘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성공적 투자 전략 중 하나로 ‘ABUSA'(Anywhere But USA·미국 외 어디든)를 꼽기도 했습니다.
지정학적 불안 속, 금과 은의 가치 재조명
증시의 활황 속에서도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과 은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금 선물은 연초 대비 64.82%, 은 선물은 156.16%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습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확실성 고조가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 증가로 이어진 결과로 분석됩니다. 더불어 은의 경우 산업 수요 확대와 공급 부족이 겹치면서 시세 급등을 촉발했습니다.
‘크립토 윈터’ 우려… 비트코인의 하락세
반면 올 하반기 신고가를 기록하며 최대 승자가 되는 듯했던 비트코인은 대규모 레버리지 청산 사태를 겪으며 약세로 전환, 투자자들의 우려를 샀습니다. 지난 10월 12만60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던 비트코인은 30% 넘게 하락하여 이날 현재 8만 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연초 대비 하락률은 5.43% 수준이며, 비트코인 외 다른 알트코인들의 하락 폭은 더욱 컸습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장기간에 걸친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침체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새해 들어 미국 내 제도화가 진전되면서 가상자산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관측 또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글로벌 자산 시장은 활발한 유동성 속에서도 기술 혁신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려 각 자산의 명암을 뚜렷이 갈랐습니다. AI와 반도체 주식, 그리고 귀금속이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준 반면, 가상자산은 기대를 저버리며 어려운 한 해를 보냈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각 자산군이 또 어떤 변화와 기회를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에네 기자 (ene@dailynod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