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부른 ‘반도체 가격 쓰나미’…스마트폰·PC·가전, 줄줄이 가격 인상 예고

인공지능(AI) 기술의 폭발적인 성장이 전 세계 전자제품 시장에 거대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AI 수요 확대로 인한 반도체 가격 급등세가 스마트폰, PC, TV 및 가전제품 등 광범위한 분야의 가격 인상으로 직결되며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입니다. 특히 고성능 AI 반도체 생산에 집중되면서 범용 D램의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전반적인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PC 시장, 눈에 띄는 가격 인상 폭

노트북과 PC 시장에서는 이미 체감할 만한 가격 인상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오는 27일 출시 예정인 2026년형 노트북 ‘갤럭시 북6’ 시리즈의 가격을 전작 대비 대폭 인상했습니다. ‘갤럭시 북6’는 341만 원으로 책정되어 전작 ‘갤럭시 북5 프로’보다 86만 원 올랐으며, ‘갤럭시 북6 울트라’는 전작 ‘갤럭시 북4 울트라’ 대비 무려 120만 원이 인상됐습니다.

LG전자 역시 신형 노트북 ‘LG 그램 프로 AI 2026’ 16인치 모델의 출고가를 사양 비슷한 전작보다 50만 원 높은 314만 원으로 책정했습니다. 국내 제조사뿐만 아니라 대만 PC 제조사 에이수스(ASUS)는 이달 5일 일부 제품의 가격 인상을 예고했으며, 델(Dell)은 지난달 중순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15~20%가량 올렸습니다.

이러한 PC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은 D램 가격의 급등에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고정거래 가격은 지난해 3월 1.35달러에서 12월 9.3달러로 9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AI 관련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으로 출하가 집중되면서 범용 D램의 공급이 부족해진 결과입니다.

스마트폰도 ‘고삐 풀린’ 가격 상승 예고

반도체 가격 상승의 여파는 스마트폰 시장에도 예외 없이 미치고 있습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은 최근 CES 2026 기자간담회에서 “부품과 재료비 인상이 경영 환경의 큰 우려 요인이며, 모든 제품 가격에 일정 부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언급하며 가격 인상을 시사했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S26 시리즈’ 기본형과 플러스 모델에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600’을 탑재해 원가 부담 완화를 시도했으나,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 폭이 워낙 커 8만~9만 원대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샤오미는 이미 ‘샤오미 17 울트라’를 출시하며 전작 대비 약 10% 가격을 인상했으며, 올해 출시될 아이폰 역시 역대 최고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모바일 D램(LPDDR) 96Gb 제품 가격은 지난해 초 대비 70% 이상 급등했으며, 스마트폰용 낸드플래시 가격 또한 약 10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TV·가전마저… AI 진화가 부른 추가 부담

메모리 가격 상승은 TV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TV는 메모리 가격 폭등과 더불어 LCD 패널 가격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상황입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중국 LCD 패널 생산 업체들이 2월 설 이전에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옴디아는 TV용 메모리 가격이 올해 1월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진출해 있는 인도 시장에서는 스마트 TV의 가격이 최소 3%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Haier) 인도법인 사장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칩 부족과 루피화 약세로 인해 LED TV 가격이 3%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직접 밝혔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TV, 로봇청소기, 냉장고 등도 AI 가전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고도화된 AI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고사양의 메모리 반도체가 탑재돼야 하는 만큼 가격 상승이 동반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가전제품의 AI 기능이 고도화될수록 고성능 반도체 탑재가 필수적이며, 이는 곧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이처럼 전방위적인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인해 주요 전자제품의 가격 인상은 당분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달 초 스마트폰, 컴퓨터, 가전제품 등 주요 전자제품 가격이 올해 최대 5~2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도하며 소비자들의 우려를 더했습니다. AI 기술 발전이 가져온 혁신적인 변화의 이면에는, 고성능 반도체 수요 폭증에 따른 전 세계적인 가격 인상이라는 새로운 도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에네 기자 (ene@dailynod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