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시장에 ‘잔치는 끝났다’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수년간 재고 부족을 걱정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던 자동차 수요가 최근 급감하며 깊은 침체에 빠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는 11월 실적 또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며 빠른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IRA 보조금 종료 직격탄, 쌓이는 재고에 딜러들 ‘한숨’
미국 자동차 판매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종료가 꼽힌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약 1,100만 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던 IRA 조항이 지난 9월 30일부로 종료되며 판매량에 직격탄을 날렸다.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 자동차 매매단지 스티븐스 크릭 현대차 딜러 케니스 정은 지난 1일(현지시간) 한국일보에 “보조금 종료 후 자동차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그는 “9월엔 차가 말 그대로 동이 났는데 지금은 재고가 쌓여있다”며, 연방정부 세제 혜택이 사라진 타격을 만회하기 어렵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고객들이 가격만 확인하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WSJ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10월 자동차 판매율이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곧 발표될 11월 실적에서도 판매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일시적 감소를 넘어 장기적인 판매 침체 조짐이 보인다는 분석이다.
‘관세발 고물가’에 신차 외면…중고차 시장으로 발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고물가도 차 수요 급감의 주요 원인이다. 미 비영리 싱크탱크 택스파운데이션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올해 미국 가구당 평균 1,200달러의 추가 세금 부담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은 평균 5만 달러(약 7,340만 원)에 육박하는 신차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중고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텍사스 동부에서 자동차 딜러십을 운영하는 로버트 펠티어는 WSJ에 “고객들이 ‘이 가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냐’고 되묻는다”며 많은 고객이 소형 쉐보레 트랙스 같은 저렴한 차량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매력 감소는 실제 여러 지표로 확인된다. WSJ는 저소득층의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인의 전체 차량 구매 지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JD파워는 “11월 신차 소매 판매량은 105만 8,500대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한 수치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에 딜러들은 연말 ‘재고 떨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를 넘겨 재고 차량의 연식이 변경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추가 할인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나, 소비 심리는 여전히 냉담하다. 자동차 정보 사이트 에드먼드닷컴의 이반 드루리 분석가는 “관세, 인플레이션, 보조금 종료 등 여러 경제적 악재가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네 기자 (ene@데일리 노드.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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