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 주식에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 일명 ‘서학개미’를 국내 증시로 다시 유인하기 위한 대규모 세금 감면 정책을 발표했다. 당초 해외 주식 양도세율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시장의 예상과 달리, 정부는 ‘채찍’이 아닌 ‘당근’을 꺼내 들며 이탈했던 투자자들의 복귀를 적극 독려하고 나섰다. 특히,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해외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혜택이 주어지며, 외환시장 안정과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해외 주식 양도세 ‘파격 감면’…최대 600만원 비과세 혜택
이번 서학개미 유턴 정책의 핵심은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 신설이다. 이 계좌를 통해 국내로 돌아와 1년 이상 한국 주식에 투자하면, 해외 주식 매각 대금 5,000만 원 한도 내에서 발생한 양도소득세를 전액 면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750만 원을 투자해 엔비디아 주식을 5,000만 원에 팔아 3,250만 원의 매매 차익을 얻은 투자자 A 씨는 현행 제도라면 양도소득세 600만 원(기본공제 250만 원 제외, 과세표준 3,000만 원에 20% 적용)을 내야 한다. 하지만 A 씨가 RIA 계좌를 활용해 국내 주식에 투자하면 이 600만 원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되는 파격적인 혜택을 받게 된다. 이는 원금 대비 34%포인트의 수익률 가산 효과와 맞먹는다.
특히 매매 차익이 아닌 매도 금액을 기준으로 혜택이 산정되므로, 동일한 금액이라도 수익을 많이 낸 종목을 먼저 파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RIA 계좌 내에서는 국내 주식 종목을 자유롭게 변경해도 절세 혜택이 유지된다. 정부는 내년 1분기 내 복귀 시 100% 감면율을 적용하고, 2분기 80%, 하반기 50%로 점차 낮아지는 ‘얼리버드’ 방식을 도입해 빠른 유턴을 독려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국인 해외투자에서 개인 비중이 2020년 이전 10% 미만에서 현재 30%를 넘어섰다”며, “개인 해외투자자의 국내 복귀를 돕고 외환시장 안정화와 자본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이루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재 약 1,800억 달러로 추정되는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보유량 중 10%만 국내로 복귀해도 외환시장의 일평균 현물환 거래량(100억 달러)의 두 배에 육박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2월 초 시행을 목표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및 전산 시스템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환율 변동 위험까지 줄인다…선물환 매도 상품 소득공제
정부는 이와 함께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된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주요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 상품을 출시하고, 해당 상품 투자 시 양도소득세를 공제해주는 방안도 내놨다. 개인별 연평균 잔액 기준 1억 원 한도 내에서 환헤지 상품 매입액의 일정 비율(5%)을 소득공제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최대 500만 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개인이 특정 환율에 선물환을 매도하면, 이를 매입한 은행은 달러 매도 포지션을 맞추기 위해 달러 현물을 시장에 팔게 되어 외환시장의 달러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해외 자산 매각 없이도 높은 환율로 환차익을 확정할 수 있어 개인 투자자의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흥행 여부는 미지수…’까다로운 조건’ 우려도
정부의 파격적인 유턴 정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실제 투자자들의 참여 여부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국내 주식시장이 단타 투자자 비중이 높은 경향이 있어, 최대 5,000만 원의 투자금을 1년 동안 국내 주식에 묶어두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할 경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 금액을 최소 얼마까지 채워야 혜택이 인정되는지에 대한 세부 기준이 아직 불확실한 만큼, 향후 정책의 디테일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서학개미 유턴 정책은 외환시장 안정과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파격적인 세금 감면과 환헤지 지원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지만, 까다로운 조건과 세부 지침의 명확성 등 넘어야 할 산도 분명하다. 정부의 목표대로 내년 2월 초 성공적인 시행을 통해 서학개미들이 다시 ‘국장’으로 발길을 돌릴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에네 기자 (ene@dailynode.co.kr)
